엔달러 상승 지속 현상, 하락 전환은 언제쯤 되나

엔/달러 상승 지속 현상 언제 종료될까

엔/달러 환율이 4월 말에 이어 재차 160엔선을 터치했다. 2분기 들어 미국의 경기 모멘텀 둔화 및 물가 안정 조짐에 대외 긴축 장기화 경계가 완화되고, 일본경제는 매월 2조엔 규모의 경상흑자가 유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오름세는 이어졌다.

엔화 약세 흐름에 동조화되면서 원/달러 환율 또한 4월 이후 재차 1,400원선을 넘보고 있다. 원화 약세의 자체적인 요인 역시 존재하지만 엔화를 필두로 한 아시아 통화 약세에 연동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엔달러 추세 상승의 원인

서두에 언급했듯이 5월 이후 엔/달러 환율의 상승은 기존의 설명변수와 괴리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미-일 금리 차는 줄어들고, 경상흑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엔화 가치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 크게 4가지 근거를 통해 작금의 현황을 해석할 수 있다.


① 경상수지 구조 변화

먼저, 일본의 경상수지 구조 변화를 이해해야한다. 2000년대에는 상품수지가 경 상수지의 60% 이상을 차지했으나 2010년대 들어서는 대외 수요 부진과 수출 경 쟁력 약화 등이 맞물려 상품수출이 정체되면서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이루었다. 

대신 본원소득수지가 경상흑자의 대부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후에는 에너지 공급 불안 등으로 상품수지 적자가 심화되면서 본원소득수지가 상품 및 서비스수지 적자를 모두 만회하는 구조로 변화했다

그런데 상품 및 서비스수지와 달리 본원소득수지는 현지에서 수령하는 배당 또 는 이자가 재투자되는 비중이 높아 실질적으로 역내로 환류되는 달러화 공급은 적다. 2010년대 경상수지의 26%에 그쳤던 재투자되는 본원소득수지의 비중이 2020년 이후 50%에 육박한다. 

연초 이후 월평균 2조엔 가량의 높은 경상흑자가 유지됐음에도 엔화 가치는 오르지 못한 배경이다. 오히려 즉각적인 외화 유출입으로 연결되는 상품수지와 유의미한 연동성이 관찰 된다.



② 미-일 금리차이와 엔달러 괴리

1분기 말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탈피한 이후 2분기 미국의 완만한 경기 둔화 조짐이 확인되면서 미국과 일본 간 통화정책 격차 축소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 국채 10년 금리 차는 4월 말 최대 3.82%p까지 확대됐으나 이후 50bp 이상 줄어 3.2%p대까지 축소됐다. 반면 엔/달러 환율은 155엔 아 래로 좀처럼 하락하지 못했고 최근 160엔까지 올라섰다.

2022년 이후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이가 엔/달러 환율과 밀접하게 연동됐음 됨을 고려하면 의아한 상황이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의 완화 혹은 긴축 정도를 파악할 때 금리 이외에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까지 함께 고려해야한 다. 

연준은 2022년 중반부터 보유 자산을 양적긴축을 통해 축소하기 시작한 반면 일본은행은 국채를 중심으로 최근까지도 보유자산을 늘려왔다. 2분기에도 일본은행은 전년대비 2% 수준으로 양적완화를 통한 유동성 공급을 이어가 엔화 약세 압력을 더했다. 

2015~2016년의 상황과 흡사하다. 당시 연준이 통화긴축을 막 시작하던 시점으로 미-일 금리 차는 비슷하게 유지됐으나 연준이 양적완화를 중단한 가운데 일본은 초완화정책을 펼치며 두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속도 차이가 극대화됐고 이는 엔화 가치 절하로 이어졌다.



③ 일본 내수 회복에 대한 의구심

일본은행은 임금-물가의 선순환고리에 따른 내수 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통화정책 정상화 여파 등으로 내수 경기 적신호가 일부 확인되면서 통화정책 정상화 지속에 대한 의구심이 고조됐다. 

소비 회복이 미진한 가운데 6월 일본 서비스업 PMI는 22개 월 만에 기준치(50) 이하로 떨어졌고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을 의미하는 서비스물가 역시 2개월 연속 2%대를 밑돌았다.


④ 투기적 엔화 매도 압력 확대

마지막으로 투기적인 엔화 매도 압력이 엔화 약세 모멘텀을 더했다. 3개월 누적 투기적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180만 계약에 달해 직전 최대 규모였던 2007년 7월(160만 계약) 수준을 넘어섰다. 

단순히 절대 규모와 엔/달러 환율의 레벨만 비교하면 엔화 약세가 과도해보일 수 있으나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마주한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한 연준의 긴축 강도 등 대외 여건을 고려하면 납득할만하다.




엔달러 하락 시점 전망

당초 예상과 달리 엔/달러 환율의 고점 확인이 지연되고 있다.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와 더불어 일본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신뢰가 재확인되는 시점에 강세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상품수지의 유의미한 개선 가능성은 제한된다. 

미국 중심으로 양호한 대외 수요에 점진적인 수출 증가 기대는 유효하나 수입을 좌우하는 에너지 가격이 추가로 안정되는 시점은 미국 경기 둔화 압력이 확대되는 후반부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는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고용 수급 불균형은 상당 부분 해소돼 5월부터 신호탄을 쏘아올린 물가 안정 추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 된다. 연준은 과도한 긴축에 따른 고용시장의 급랭 역시 경계하는만큼 물가 안정과 고용 둔화가 지속된다면 9월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 

한편 통화정책 정상화 여파 등으로 일본경제 회복세가 미진해 일본은행의 추가 긴축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6월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언급이 부재해 우려를 더했다. 

그러나 춘투 임금 협상에 따른 실질임금 증가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돼 완만한 경기 회복이 기대된다. 

엔화 약세에 따른 실익(수출 개선)보다 피해(수입물가 상승)가 큰 구간에 진입한만큼 7월 회의에서 구체적인 테이퍼링 계획 제시와 함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7월 회의에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내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다면 7월 말 전후 엔/달러 환율의 고점 확인 가능성이 높다. 하락 추세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내수 경기 회복과 함께 정책 지속성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돼야하는만큼 3분기 말로 가며 하락 압력이 확대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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